구리협곡(Barranca del Cobre) 또는 코퍼캐년이라 불리는 지역은 북부 중앙고원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나란히 달리는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딸의 따라우마라(Tarahumara) 산맥으로 능선의 길이가 약 60,000km에 이르는 지역의 한부분이다. 따라우마라 산맥에는 총 9개의 대 협곡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구리협곡이다. 따라우마라 산맥은 총 600km의 길이, 250km의 넓이로 평균 해발 2275m로 가장 높은 곳은 해발 3306m, 그리고 가장 낮은 계곡은 해발 220m다. 고원은 한겨울에는 눈이 내리는 춥고 서늘한 날씨고 계곡 아래는 열대지방으로 여름에는 4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를 보인다. 9개의 협곡 중에 가장 유명한 협곡 5개는 다음과 같다.
우리께(Urique) 협곡은 그 깊이가 1879m로 시에라 마르레 옥시덴딸이 지나는 치와와 주에서 가장 깊은 협곡이다. 태평양 치와와 철도가 15분간 정차하는 디비사데로(Divisadero) 역에 있는 전망대에서 보는 협곡의 장관이 바로 우리께 협곡과 구리협곡으로 디비사데로에서 50km 떨어진 끄릴(Creel)은 이 협곡들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신포로사(Sinforosa) 협곡은 따라우마라 산맥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장관을 가진 협곡으로 그 깊이가 1830m 다. 바또빨라스(Batopilas) 협곡은 아직도 동굴혈거 생활로 원시적인 삶을 이어가는 따라우마라 부족들의 공동체가 몰려있는 곳이다. 그중 해발 450m의 바또삘라스 마을이 유명하여 그 이름을 따왔다. 깐다메냐(Candamea) 협곡에는 멕시코에서 가장 높은 453m의 폭포(Piedra Volada)와 246m의 폭포(Basaseachi) 그리고 멕시코에서 제일 높은 885m 절벽(Pea del Gigante) 등이 이곳에 몰려 있다. 이곳의 협곡들은 이미 4천 만 년 전에 형성되었다.
구리협곡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야한다. 일명 구리철도라고 부르는 이 기차의 정확한 명칭은 태평양-치와와 기차(Ferrocarril Chihuahua-Pacifico). 1898년에 철도를 건설하기 시작해서 개통까지 총 90년이 걸렸다. 공사를 시작하여 끄릴에 도착한 것이 1907년이었으나 1910년부터 시작된 멕시코 혁명 기간동안에는 공사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1950년에 다시 시작하여 비로소 1961년에 전 철도 구간의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따라서 그해 11월 24일부터 첫 기적을 울리며 운행하기 시작하였다. 치와와 주의 오히나가(Ojinaga) 시에서 출발하여 시날로아 주의 로스 모치스(Los Mochis)에 있는 태평양 항구 또뽈로밤뽀(Topolobampo)까지 941km에 이르는 이 기차 길은 총 410개의 다리, 99개의 터널(총 길이 21.2km)이 있다. 원래 이 철도는 치와와 주와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딸 산맥의 광산에서 캐낸 막대한 양의 구리를 태평양의 또뽈로밤뽀 항구로 실어 나르던 것이 주 임무였다. 그래서 구리철도라는 애칭이 생겼다.
오늘날 이 철도의 주 임무는 구리협곡의 장관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을 끄릴에 풀어놓는 것이다. 로스 모치스 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총 길이 659km 로 해발 2600m의 산지를 지나 치와와에 이르며 이 구간에는 총 86개 터널(가장 긴 터널 1.81km), 37개 다리(이 중 가장 긴 다리는 500m, 가장 높은 다리는 100m)를 지나며 가장 높은 기차 길은 2450m다. 이 구간에서 가장 매력적인 역은 끄릴, 디비사데로, 뽀사다 바랑까(Posada Barranca) 그리고 엘 푸에르떼(El Fuerte)다.
로스 모치스에서 치와와까지 하루 두 번 기차가 있는데 아침 6시에 출발하는 관광 열차는 800 뻬소(약 9만원)이고 아침 7시에 출발하는 일반 열차는 400 뻬소 정도다. 관광객들은 8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디비사데로 역이나 끄릴 역에서 대부분 내리며 이곳에서 구리협곡과 원주민 마을을 구경하고 나서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로 250km 떨어진 치와와로 간다. 관광 열차는 작은 역은 한번도 안 쉬고 다만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엘 푸에르떼(El Fuerte)역에 정차했다가 그 다음엔 관광객들이 내리는 위의 역들에서 내린다. 내부에 식당 칸과 바가 있다. 일반열차는 돈 없는 배낭 여행자나 구리철도 역에 사는 주민들로 볼일 보러 큰 도시에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로 역마다 다 선다. 말하자면 완행이다. 우리나라 철도처럼 승무원이 간식거리를 팔러 다니고 역마다 다 정차해서 그곳 사람들을 태우므로 훨씬 정감 있다. 그래봐야 관광열차보다 두 시간 정도 늦을 뿐이다.
